외국여행 이야기

난징에서 (2010년 중국 여행기)

MyYume 2012. 4. 25. 12:48

배낭 여행의 로망은 힘들게 걸어 도착한 도미토리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 여행의 낭만을 즐기는 것이리라. 하지만, 그런 낭만을 즐길만큼의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은 것같다. 그런 좋은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마음 터 놓고 이야기 할 언어 능력이 없다면, 도미토리는 가끔은 지옥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도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추억을 꿈꾸며 도미토리를 찾는다.

 

[남경(난징) 부자묘 유스 호스텔의 프런트 까페]

 

부자묘 유스 호스텔의 7인실 도미토리. 숙박비는 하루 55 위안과 보증금 50위안.

 

날씨는 9월이라는 것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더웠다. 배낭 무게라 해봐야 12~3 kg. 그래도 배낭을 메고 버스타고, 걷고 하는 것이 몸을 많이 고단하게 만들었다. 7인실 도미토리는 지내기에 불편함은 없어 보였다, 단지 에어컨 소음이 크다는것과 전원 소켓 사용이 불편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방에는 대만인 한명만이 있었다. 중국에서 물건을 사서 유럽에 파는 일을 한다는 50대 중반의 이 사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 곳에 투숙중이었다. 편안한 인상의 이사람은 외모처럼 사람을 편하게 대했다. 그에게 저녁을 먹기에 적당한 식당을 물어 보았다. 그는 그날 호스텔에 투숙중인 여러 사람들과 저녁을 먹기로 약속이 되있다고 했다. 그 저녁 식사에 나도 함께 하기로 했다. 일본인 여자 대학생, 중국인 여학생, 오스트리아 의대생, 프랑스 남자와 그의 여자 친구인 한국인 여자, 대만인 남자, 그리고 나. 호스텔에서 택시를 타고 시내로 나가 난징 전통 요리를 하는 식당으로가 갔다. 비싼 음식값,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 알아듣기 어려운 자기나라 방식의 영어, 부담 스러움과 불편함. 그저녁은 그런 느낌뿐이었다.

 

[부자묘(푸쯔먀오)]

 

9월 17일. 드디어 실질적인 중국에서의 첫날의 시작이다. 무덥고 낮선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유스 호스텔을 나와 걸었다. 호스텔에서 한 블럭 거리에 부자묘가 있다. 부자묘는 공자의 사당이다. 부자묘 주위의 거리에는 온통 여행객들로 가득했다. 수많은 중국인들, 다양한 모습의 서양인들. 그들 사이에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고, 걷고 또 걷고. 다리가 아파 더 이상 걷지 못하면 아무데나 앉고. 이렇게 걸어다니는 것이 내가 하는 여행이다. 그렇게 걸으면서 본 난징은 공사 중이었다. 시간이 조금더 지나면 아마도 다시는 보지 못하게될 풍경들. 그런 중국의 모습들이 사라져 가고, 세계의 어느곳에서든 볼수 있는 빌딩들이 새로 생겨나고.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철거중인 건물]

 

더운 날씨가 물없이 걷는 것이 힘들게 만들었다. 배낭을 준비하고, 여행 안내서를 보며, 어디에서 무엇을 할까를 계획하던 순간은 막상 목적지에 와서는 특별한 의미가 되지는 않았다. 비싼 입장료(중국은 입장료가 너무 비싸다)를 내고 관광지에 가도 특별한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부셔지고 일부만 남은 곳에서 사람이 사는 흔적을 보면 이상하게도 내가 여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곤 한다. 내가 좀 특이한 성향을 가져서 일까?

 

금씩 현대 도시로 변하고 있는 난징의 한 부분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걸었다. 생선 가게, 정육점, 구두 딱는 사람들... 조금은 낮설지만, 언젠가 본듯한 거리의 풍경들을 돌아보며 점심시간이 조금 지날때 까지 거리를 돌아 다녔다.

 

[거리에서 만난 꼬마 - 사진 모델이 되는 것을 좋아했다.]

 

스텔로 돌아와 잠시 몸을 식히는 동안 중국이 청년들이 들어왔다. 대학생들, 직장인들... 중국 사람들은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하면 유스 호스텔에 묵는 것같다. 상하이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다는 대학생이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이것 저것을 물어 보았다. 그렇게 약간의 이야기를 하다가 같이 저녁을 먹게 되었다. 대학생 첸젠, 천진에서 직장생활을 한다는 장퀴아오, 나 이렇게 셋은 7시쯤 부자묘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밤거리를 돌아 다녔다. 장퀴아오가 저녁 밥값을 냈다. 이 친구는 이상하게 내가 돈을 내려고 하면 언짢아 하는 것 같았다. 조금 찜찜한 생각은 들었지만 중국에 대해서 잘모르니 그들이 하는데로 지켜만 보았다.

 

[거위피(기러기피) 국수 - 정확한 이름은 잘모르겠다. 굉장히 유명한 난징 음식이라 함]

 

 

 


[그 국수를 파는 식당-난징 부자묘 근처에서 아주 유명한 식당이라함]

 

하루가 이렇게 지나간다.

--2010년 중국 여행기--